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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을 맞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느껴질까요? 저도 출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무통 천국"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 탓인지, 주사 한 방이면 분만 내내 편안할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했거든요. 직접 겪어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무통분만에 대해 미리 제대로 알고 들어갔다면 훨씬 덜 당황했을 텐데, 그 아쉬움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진통 시작, 그리고 "무통은 언제 맞는 거예요?"

첫째를 낳던 날 새벽, 생리통 비슷한 뭉침으로 시작된 통증이 오전이 되면서 규칙적인 진통으로 바뀌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내진을 받았는데 자궁경부가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은 상태였고, 담당 의료진에게서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무통은 언제 맞을 수 있어요?"였습니다.

경막외 진통(Epidural Analgesia)은 허리 척추 바깥쪽의 경막외강(Epidural Space), 즉 척수를 감싸는 막 바깥 공간에 가는 관을 삽입하고 그곳으로 진통제를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경막외강이란 척수를 보호하는 경막 바깥쪽에 위치한 좁은 공간으로, 이 공간에 약물을 투여하면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시술 시간 자체는 10분 이내로 짧은 편입니다. 다만 시술하는 동안 허리를 최대한 둥글게 말아 새우 등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그 사이에 진통이 오더라도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팔에 수액 맞는 것보다 덜 아프다고는 하는데, 그보다 진통이 훨씬 세게 오고 있으니 그 말이 맞긴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가 약 4cm 정도 열렸을 때부터 경막외 진통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이른 시점에 시작하면 진통 자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분만 진행이 멈추는 분만 지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대 산과에서는 단순히 몇 cm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산모의 통증 강도, 분만 진행 속도, 마취 전문의 상황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과거에 들었던 "몇 cm까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경험담을 모든 산모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 경막외 진통 시작 시점: 통증 강도, 자궁경부 개대 정도, 병원 마취 인력 등을 종합 판단
  • 시술 자세: 옆으로 누워 허리를 최대한 굽히는 새우 등 자세 유지 필수
  • 2005년부터 분만 무통 시술은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적용
  • 병원에 따라 진통 초기에 관을 먼저 삽입하고 약물은 나중에 투여하는 방식도 운영
요약: 경막외 진통 시작 타이밍은 병원과 의료진 판단에 따라 다르며, "몇 cm 규칙"을 절대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막외 진통의 실제 효과, 기대와 달랐던 것들

시술 후 5~10분 정도가 지나자 배가 조이는 느낌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골반과 허리 쪽에서 밀려오는 묵직한 압박감은 계속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무통이 제대로 안 된 것 아닌가?' 하고 의료진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경막외 진통이 목표로 하는 것은 모든 감각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만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경막외 진통은 통증 감각 신경은 차단하되 운동 신경은 살려두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운동 신경(Motor Nerve)이란 근육을 움직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신경으로, 이 신경이 살아 있어야 힘주기와 자세 변경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시술 후에도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고 힘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감각이 전반적으로 둔해져 있다 보니 무통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힘주기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고, 분만이 다소 지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 연구에 따르면 경막외 진통은 산모의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태반 혈류를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어, 임신중독증이나 고혈압을 동반한 산모에게 주치의 판단 하에 적극 권고되기도 합니다(출처: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통증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태반 혈류가 정상화되고 태아에게 가는 산소 공급량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효과에는 개인차가 상당합니다. 약 10%의 산모는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약 3%는 시술을 해도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NHS (영국 국가보건서비스)). 또한 허리 진통을 호소하는 산모의 경우 경막외 진통 효과를 덜 느끼는 경향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사전에 알고 가야 당황하지 않는 정보입니다. 무통 = 통증 제로라는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편이 좋습니다.

요약: 경막외 진통은 모든 감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법이며, 효과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부작용, 미리 알아야 당황하지 않는다

분만실에서 시술 동의서를 쓸 때를 떠올려 보면, 남편이 "네네, 빨리빨리요"를 반복하면서 사인하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아내가 아파하는 상황에서 부작용 설명을 차분히 듣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출산 전에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챙겨봤을 때 꼭 알아두면 좋겠다 싶었던 부작용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경막외 진통에 사용하는 약물에는 국소 마취제와 함께 마약성 진통제(Opioid Analgesics)가 소량 희석되어 들어갑니다. 여기서 마약성 진통제란 뇌와 척수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해 통증 신호를 강력하게 차단하는 약물로, 소량이더라도 구역감·구토·피부 가려움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시술 후 갑자기 가렵다거나 메스껍다면 이 영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뇨 곤란도 흔한 부작용입니다. 마취 효과로 방광 감각이 둔해지면서 소변이 차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시술 전에 화장실을 먼저 다녀오도록 안내받고, 시술 후에는 소변 카테터로 소변을 한 번 빼주는 처치를 받습니다. 시술 직후에는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 혼자 침대에서 내려가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화장실이 필요하면 반드시 간호사에게 먼저 알리고 보호자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시술 후 산모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혈압이 생기면 태반으로 가는 혈류도 감소해 태아 심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술 전 수액을 충분히 맞고 시술 후에도 산모 혈압과 태아 심박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출산 후 일정 기간 허리 통증이나 뻐근함을 호소하는 산모도 있습니다. 다만 무통 시술과 출산 후 허리 통증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학계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요약: 구역감, 가려움, 배뇨 곤란, 일시적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의료진이 시술 전후로 산모와 태아 상태를 함께 모니터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통주사 맞으면 정말 하나도 안 아픈가요?

A. "하나도 안 아프다"는 표현은 과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가 조이는 수축 통증은 상당히 줄어들지만 골반 압박감이나 허리 쪽 통증은 여전히 느껴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분도 있고, 효과를 거의 못 느끼는 분도 약 3% 정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Q. 무통주사는 자궁경부 몇 cm 열려야 맞을 수 있나요?

A. 과거에는 4cm 기준이 많이 언급됐지만,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산모의 통증 강도와 분만 진행 상태, 병원 마취 인력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 시작 시점을 결정합니다. 미리 관만 삽입해두고 나중에 약을 투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병원도 늘고 있으니 출산 예정 병원에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무통분만을 하면 제왕절개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A. 시작 시점이 너무 이르거나 진통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분만 진행이 멈추는 경우 제왕절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의료진이 상황에 맞게 촉진제 조절이나 자세 변경 등으로 대응합니다. ACOG 역시 경막외 진통 자체가 제왕절개율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Q. 무통 맞고 나서 힘주기가 어렵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임의로 힘을 주는 것보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궁 수축 모니터링 그래프를 함께 보면서 수축 타이밍에 맞춰 힘주기를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효과가 부족하면 의료진이 무통 용량을 조절하거나 일시적으로 끄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밤에 진통이 오면 무통을 못 맞을 수도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24시간 마취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이라면 새벽이나 이른 아침 시간에 경막외 진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출산 예정 병원이 24시간 경막외 진통 서비스를 운영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저는 출산 전에 무통분만을 그냥 "맞으면 안 아픈 주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단순한 기대가 오히려 현장에서의 당혹감을 키웠습니다. 경막외 진통은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주는 방법이라는 점, 효과에는 개인차가 크다는 점, 그리고 분만 진행 상황에 따라 의료진과 함께 계속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 이 세 가지를 미리 알고 들어갔다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 같습니다.

무통을 할지 말지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출산할 병원에서 언제 시행하는지, 24시간 경막외 진통이 가능한지, 효과가 부족할 때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경험담은 참고용으로만 보고, 실제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서 본인 상황에 맞게 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GGNlUDqx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