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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키우는 부모가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 10가지 중 상위권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지금 이 모습'이 아닌 '되어야 할 모습'으로만 본다는 점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아이가 조용하면 걱정, 나서지 못하면 걱정, 게임을 좋아하면 또 걱정. 그렇게 걱정을 쏟아낼수록 아이와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기질 인정 — 바꾸려 할수록 멀어지는 이유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아이는 사회성을 키워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저는 이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한동안 아이에게 "친구한테 먼저 다가가 봐", "발표 자리에서 손 한번 들어봐"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말을 열 번쯤 했을 때 아이의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이것이 기질(temperament) 문제입니다. 기질이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반응 방식과 에너지 수준의 고유한 패턴으로, 후천적 경험으로 완전히 바꾸기 어려운 심리적 기반을 말합니다. 미국심리학회(APA)도 기질을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성격의 기초"로 정의하고 있으며, 환경이 기질의 표현 방식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기질 자체를 소거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기질을 바꾸려 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바꾸려 한다는 신호를 아이가 먼저 읽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이는 "엄마가 나를 고치려 한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방어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 벽이 한번 세워지면 그 이후의 모든 대화가 훈육처럼 들리게 됩니다.

내향성이 강한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발표를 강요하기보다 소규모 자리에서 말하는 경험을 반복해서 쌓게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라면 경쟁심 자체를 없애려 하기보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방향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질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특성을 건강하게 쓰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것, 그게 출발점입니다.

  • 내향적인 아이 → 발표 강요 대신 소규모 경험 반복
  • 승부욕 강한 아이 → 경쟁심 제거 대신 존중 태도 훈련
  • 바꾸려는 신호 자체가 아이와의 거리를 만든다
요약: 기질은 억지로 바꾸려 할수록 아이가 경계를 세우고, 부모와의 관계가 멀어지는 역효과가 생긴다.

 

공감 육아 — 가르치려다 잃어버리는 것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할 때, 저는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럴 때는 네가 먼저 이렇게 했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해결책을 빨리 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봤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이 발달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적 코칭(emotional coaching)의 실패로 설명합니다. 정서적 코칭이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식하고 이름을 붙여준 뒤, 그 감정이 타당함을 확인해 주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 없이 해결책부터 제시하면 아이는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는 정서적 코칭을 충분히 받은 아이들이 또래 관계에서 더 높은 적응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출처: Gottman Institute).

이후에 저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아이가 속상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랬으면 정말 속상했겠다", "네 입장에서는 화날 만했겠네"라고 먼저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가르치려 했을 때보다 공감하며 들어줄 때 아이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제가 해결책을 말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다음에는 이렇게 해볼까?"라고 방법을 찾는 경우가 생겼다는 겁니다. 자기 생각을 충분히 말할 공간이 생겼을 때 아이는 스스로 판단력을 키워갑니다. 훈계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요약: 해결책보다 공감이 먼저다. 감정을 인정받은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찾는 힘도 키운다.

 

규칙 양육 — 친구 같은 엄마보다 필요한 것

요즘 육아 트렌드에서 "친구 같은 부모"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이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취지인데, 저도 한동안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적용해 보니 생각과 달랐습니다. 경계가 흐려지자 아이는 오히려 규칙을 협상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조절능력(self-regul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기조절능력이란 충동이나 감정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목표 행동을 유지하는 심리적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의 내적 기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명확한 구조와 규칙을 제공해 줄 어른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게임과 유튜브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남자아이들은 게임에 집착하는가"라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과민하게 반응할수록 아이는 게임을 숨기거나 약속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무조건 제한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구체적인 시간 규칙과 '해야 할 일 먼저'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또 하나, 아이에게 매달리는 방식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만 더 해봐, 제발"을 반복할수록 아이의 동기는 떨어집니다. 반대로 "이건 좀 어렵지 않을까, 형들만 하는 건데"라고 살짝 역방향으로 던졌을 때, 아이가 오히려 "나 할 수 있거든"이라며 나서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남자아이의 동기 유발 방식에는 이런 역설적 접근이 통할 때가 있습니다.

요약: 친구 같은 부모가 목표가 되기 전에, 명확한 규칙과 일관된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아이의 자기조절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향적인 아들, 억지로 외향적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A. 일반적으로 사회성 발달을 위해 외향적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억지로 바꾸려 할수록 아이는 오히려 더 위축됩니다. 기질 자체를 바꾸기보다 작은 자리에서 말하는 경험을 꾸준히 쌓게 해주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효과적입니다.

 

Q. 아이 이야기를 들을 때 훈계를 참기가 너무 어려운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저도 처음엔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아이 말이 끝날 때까지 의식적으로 기다린 뒤, "그랬으면 속상했겠다"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공감이 먼저 이루어진 뒤에 "엄마 생각을 말해도 될까?"라고 물으면 아이도 조언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Q. 게임 규칙을 정했는데 아이가 계속 어겨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규칙을 어겼을 때 감정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게임 자체에 대한 대화가 막혀버립니다. 약속 위반에 따른 결과(예: 다음날 이용 시간 단축)를 미리 정해두고, 그 결과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입니다. 게임만 유독 크게 반응하지 않고 다른 약속 위반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아이의 모든 문제가 제 양육 탓인 것 같아서 너무 힘듭니다.

A. 이 죄책감,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아이가 보이는 모든 행동이 부모 양육 태도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닙니다. 아이는 기질, 또래 관계, 학교 환경 등 다양한 요인 속에서 성장합니다. 부모가 완벽해서 아이가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부족하다고 아이가 망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결론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모든 단점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는 걸, 솔직히 아이를 직접 키워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기질을 인정하고, 감정을 먼저 들어주고, 일관된 규칙을 세우는 것. 말로는 단순하지만, 매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방향만큼은 분명합니다.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자기조절능력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 과정에서 부모도 함께 배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가 이야기를 꺼내면, 해결책 대신 "그랬구나"를 먼저 한번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W0CNm6Va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