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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학원을 보내면 정말 미래가 준비될까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관찰하면서 깨달은 것은, 스크래치를 몇 달 배운 것보다 블록 하나를 몇 시간씩 붙잡고 있는 그 집중력이 훨씬 강력한 자산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따로 있습니다.

코딩교육이 정답이라는 믿음, 실제로 검증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코딩 교육이 필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스크래치(Scratch)나 엔트리 같은 블록 기반 프로그래밍 도구를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여기서 스크래치란 미국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시각적 코딩 환경으로, 코드 블록을 조립하듯 연결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육용 플랫폼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체험 수업을 들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는 화면 앞에서 20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반면 집에 돌아와 종이를 꺼내 뭔가를 접기 시작하더니 두 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그 장면이 저에게는 꽤 큰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실 이런 흐름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됐습니다. 1980~90년대에 베이직(BASIC)이나 DOS 명령어를 배우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금 그 언어들은 박물관에나 있습니다. 특정 언어나 도구에 집착하는 교육은 기술이 바뀌는 순간 그 가치를 잃습니다. 출처: 세계경제포럼(WEF) 미래직업보고서 2023에서도 기술 적응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특정 기술 숙련도보다 더 중요한 역량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흥미발견이 기술 습득보다 먼저여야 하는 이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이에게 "이건 미래에 필요해"라고 말하며 권한 활동치고 오래 지속된 게 없었습니다. 반면 아이가 스스로 꽂혀서 한 것들은 달랐습니다. 종이접기를 하다가 구조에 관심이 생겼고, 그게 나중에 건축 관련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가 설계하지 않은 연결이었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라고 부릅니다. 내재적 동기란 외부 보상이 아니라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움직이는 심리적 원동력을 말합니다. 출처: OECD 교육 2030 학습 나침반에 따르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은 외부 주도 커리큘럼보다 내재적 동기가 뒷받침될 때 훨씬 강하게 형성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억지로 새 교육을 추가하는 것을 멈췄습니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고, 만들기를 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직접 찾아보게 했습니다. 완성한 작품을 가족 앞에서 설명하는 시간도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력과 언어 표현력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 부모가 권한 활동: 흥미 유지 평균 2~3주, 이후 자연 소멸
-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활동: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음
- 내재적 동기가 붙은 학습: 집중 시간, 자발적 반복, 문제 해결 시도 모두 증가
- 외부 보상 중심 학습: 보상이 사라지면 활동도 함께 중단되는 경향
미래인재의 조건은 '덕후'에 가깝습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반신반의했는데, 제 주변을 실제로 살펴보니 그게 사실이더라고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 소위 '덕후'형 인재가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성적이 높아도 뚜렷한 관심사가 없는 사람보다, 특정 분야에 집요하게 몰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실무에서 훨씬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딥 스페셜리스트(Deep Specialist)입니다. 딥 스페셜리스트란 특정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인접 분야와 연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가리킵니다. 과거에는 다방면에 두루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선호됐지만, 인공지능이 범용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한 분야를 누구보다 깊이 아는 사람의 가치가 오히려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꺼내는 고민, "요즘 애들은 좋아하는 게 없어요"가 실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릴 때 충분히 몰입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결과가 청소년기에 '무기력'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 아이가 블록을 쌓으며 보낸 그 두 시간이 낭비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교육
교육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두 가지라는 말을 듣고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그리고 아이가 돕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 처음에는 두 번째가 너무 추상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신의 관심사가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한 아이는 동기 수준 자체가 다릅니다.
저는 그래서 아이와 함께 만든 종이접기 작품을 할머니께 선물로 드리는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아이가 그 이후로 "할머니 좋아하시는 거 또 만들어 드릴래요"라며 스스로 자리를 잡고 앉더라고요. 그게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즉 외부에서 주어지는 상이나 인정과는 분명히 다른 에너지였습니다.
코딩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기술은 결국 도구입니다. 아이가 게임 만들기에 진짜 관심을 보인다면 그때 프로그래밍을 배워도 늦지 않습니다. 억지로 먼저 배운 언어가 3년 뒤에 쓰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어떤 도구로도 표현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기술은 동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딩 교육,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아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한 코딩 수업은 몇 달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뭔가를 만들거나 게임 구조에 호기심을 보이는 시점이 오면 그때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시작 연령보다 동기가 먼저입니다.
Q. 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찾아주나요?
A. 새로운 활동을 추가하기보다 이미 아이가 하고 있는 것 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게 무엇인지 관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도 그림, 블록, 책 중에 아이가 스스로 반복하는 것을 따라가다 찾았습니다. 부모가 설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의 자연스러운 선택 패턴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스크래치나 엔트리 같은 교육용 코딩 도구는 의미 없는 건가요?
A. 도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스크래치나 엔트리는 논리적 사고력과 순서 배열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 대비'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관심과 무관하게 강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낀다면 훌륭한 입문 도구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분야를 먼저 탐색하는 것이 낫습니다.
Q. 좋아하는 것만 하다가 공부를 안 하면 어떡하죠?
A. 저도 처음에 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든 경험이 있는 아이는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터득합니다. 몰입의 경험이 학습 태도로 전이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당장 성적보다 집중하는 습관이 먼저 만들어지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합니다.
결론
코딩 교육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믿음, 저도 한동안 그 말에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실제로 관찰하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기술은 계속 바뀌지만,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경험과 그것을 누군가를 위해 쓰려는 마음은 어떤 시대에도 경쟁력이 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오래 앉아 있는지 조용히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 한 가지를 찾았다면, 옆에서 끈덕지게 버틸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교육일 것입니다.

